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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회

초월(初月)마다 초월(超越)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회장단 20주년 축하메시지

뭘 초월한다고요?

이승익(8대 회장, 대구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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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회가 출범한 지 벌써 20년이 지났다니 믿기지 않는다. IMF외환위기에 닥쳐, 온 사회가 침울하고 뒤숭숭하던 시절에 마흔이 채 되지 않은 젊은이 몇 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월례모임인데, 그들 대부분이 예순 안팎의 나이가 된 지금까지도 이 모임이 건재하다는 사실이 뿌듯한 건 나뿐만이 아닐 것으로 여겨진다. 초창기에 여러 분야 전문가나 명사들에게 특강요청을 하면 "계모임 같은데, 그런데 모임이 뭐라꼬요? 뭘 초월한다는 말입니까?" 하는 반응을 듣던 시절도 있었으니 그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을 이룬 셈이니 말이다.

 

초월회 창립취지나 명칭 유래 같은 것은 다른 회원들이 많이 언급할 것으로 보고 여기서는 더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다만 몇 해 전에 어느 정당소속 초선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서로 협력하자며 만든 모임이 '초월회'였고, 이들 가운데 한 분이 대구의 젊은이들이 만든 모임을 참고했다는 회고를 한 게 기억에 남는다. 최근에는 국회의장과 5당대표 회동도 공공연히 '초월회'로 부르고 있으니 우리 브랜드를 수출한 것 같아서 과히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런데 이 같은 외연성장에도 불구하고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가 처음에 지향했던 목표에 얼마나 가까웠는지 하는 물음에는 별로 할 말이 없다고 하는 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 그 몇 해 전에 부활해 걸음마 단계에 있던 지방자치제가 외환위기 이후 급속하게 퇴보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풀뿌리민주주의와 분권운동을 정착하고 확산시키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뜻을 같이하는 시민사회단체와 정책연대나 공동사업 등을 통해 지역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도 그다지 내세울 만한 기여를 하지 못했다. 양극화, 세대차, 이념갈등 등으로 공동체가 무너져 가고 있지만 '나눔과 책임'이라고 하는 사회적 실천을 하는 것에도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모임 구성이나 운영 또한 최근 정,재계 문화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탈586그룹'의 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때 그 인물들이 아직도 무기력 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새 피 수혈과 세대교체를 과감히 실천하라는 경고를 무시해온 탓이다.

 

어느 정치학자는 리더십의 본질을 '진단' '처방' '동원'이라고 설파했다. 이번 『초월회 20년 자료집 발간 및 홈페이지 제작』을 계기로 회원 모두 지난 20년을 냉철히 돌아보면서 새로운 비전을 도출하고, 이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함으로써 '초월회2.0' 시대의 새 플랫폼을 구축하자는 공감대가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지 못하면 초월회가 '또 하나의 계모임'으로 추락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